꽃이 피어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봄밤에 내리는 눈은,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가장 나중의 전령이다.
만24시간을 넘게 꼬박 앓아누웠다.
출근할 날이 되니 그만 일어날만큼 몸이 회복되어 오더라.
이래저래 해야할 일들, 책임져야할 일들이 걱정되어서 그랬던가.
일년에 한번은 비슷하게 앓는 것 같다.
가슴속부터 살거죽까지 아픈 몸살을 하는 것.
상태가 엉망인 집에서 혼자 끙끙거리는 것이 처량하다는 감상에 젖기도 했지만
회복되고 나니, 이제는 몸을 좀 챙기는, 건강해질 수 있는 시도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12시 이전에 잠들고 오전8시 이전에는 일어나기.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규칙을 만들고 하는 일은 익숙치도 않고, 하기도 싫어하지만
혼자사는 사람으로서 내 몸 하나 내가 건사하려면 기본적인 생활은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되지 않으면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키는 형태로라도 필요하다.
운동은 봄부터 시작하고,
당장은 일찍자는 것 부터 해보자.
폭설로 인한 세미나 취소.
그럼 이틀째 집안에 틀어박혀있게 되는건가 하는 때에 마침, 부산에 있던 친구가 수원왔다고 나를 불러냈다.
서울역에서 만나 늦은 아침도 아닌, 점심도 아닌, 아침점심저녁을 대신하는 피자를 먹었다.
피자헛은 역시나 비싸.
지율스님을 만나 2박3일동안 낙동강을 걸었다는 친구의 이야기.
지율스님이 자기보고 하루 더 묵어가라 하셨다고 은근 자랑질하는 친구 앞에서,
나는 팬심이 발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좀 유치한 감정. 부러움.
어제 프레시안에서 읽었던 기사.
내가 이런 말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지율스님은 이제 또 한고비를 넘고 계시는 것 같다.
친구는 "일이 사람을 쓴다"라고 표현했다. 일이 그 사람을 키우고 변화시키고, 그 일이 완성되는 것에 그 사람을 쓴다라고. 지율스님은 그렇게 일이 요구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계신걸까.
지율스님이 계속 그렇게 변모하시면서, 지치지 않으시면서, 길을 걸어가시길 바란다.
나는 나를 계속 소모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그런 나에게 나의 삶이 지향해야할 방향을 설정해야하는 게 아닌가 라고 이야기했다.
내 삶의 방향. 그 안에서 경험하고 깨지고 수정하고......
이십대에 해야할 것, 삼십대에 해야할 것, 사십대에 해야할 것, 오십대에 해야할 것.....
이십대 끝자락의 나는 내가 가져야할 방향성과 채워지지 않는 나의 속물적인 욕구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매우 소모적이다.
생각해봐야할 것
1. 소모적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들. 나는 왜 그때 나 자신이 소모되고 있다고 느끼는가?
2. 내 삶의 방향.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혹은 살고 싶은가?
아참, 1월에 한번 낙동강을 걸을 거다.
1학년 아이들에게 만날 약속을 정해서 연락을 돌렸다.
냉담한 반응, 혹은 튕기는 반응.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아이들.
순간 한발 뒷걸음치게 되는 나의 모습. 아이들에게 끌려가는 듯한 내 모습.
과연 이자리가 나에게 맞는 자리일까?
내가 잘 하는 일일까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것들.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스스로 기대하고 있는 건가.....
집에 도착해보니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들이 도착해있다.
인터넷쇼핑의 즐거움은 잠시의 기다림 후에 상자를 뜯어볼 때 느끼는 설레임인거 같다.
헉....근데 율리시스가 너무 두껍고 크다.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한 사이즈가 아니라는;;;
가장 만만한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를 꺼내들었다.
사업계획서를 써야하는데, 뭐 좀 있다 쓰지 이러면서 주욱 읽어보기 시작한다.
그냥 별다른 생각없이 주욱 읽는다.
그의 글은 너무 아름답고 아프다.....뭐 이런 서평들이 있었지만
그냥 자기한테 매우 솔직한 사람이구나 싶다, 이정도의 느낌.
오히려 이석원이라는 사람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를 정말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꽂힌 것도 아니고, 계속 괴로워하고, 떠나고 싶어하고, 그 속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진짜 내 모습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인지....
인생의 어느 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더 이상 자신이 없어졌고, 그래서 다른 모습으로 숨어버린 듯 하다. (이 때의 일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매우 깊이 들여다봐야할 것 같다.)
나에게 여전히 의문 투성이인 것들. 그건 바로 나.
완벽한 휴일이었다
월요일에 쉬면 이상하게 쉬는 날의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할거 같거나, 하다못해 밖에 잠시라도 나갔다와야할거 같은 그런 느낌.
쉬는 날인데, 왜 이렇게 나 스스로가 조급해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완벽하게 쉬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로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집안에서 뒹굴거렸다
다행히도 어제 청소를 해놓아 나름 쾌적한 집안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고, 낮잠도 자다가 뒹굴뒹굴.
완벽한 휴일을 보냈다.
세미나에서 읽을 책을 주문해야겠기에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5만원 이상 구입시 머그컵을 준다고 해서 5만원을 채워서 주문했다. 예전엔 사은품땜에 물건을 더 사고 하는 일이 없었는데....
책구입목록
-율리시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1,2권), 사랑의 기술, 보통의 존재
장정일의 9월의 이틀은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다.
수유 너머의 장편읽기 세미나 반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같이 세미나 하고 싶다고....
수유 너머를 알게 된 것은 몇 년인지, 서울 오기전부터 관심은 있었던 곳이었는데
이제서야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를 읽는다고 한다. 알라딘에서 한권 주문.
다다음주부터 시작한단다. 책을 욜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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